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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특허 그리고 악당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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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특허 그리고 악당의 탄생'

2021.10.07 12:00
영웅 없는 혁명' mRNA 백신의 길고 지루한 역사(2)
로버트 말론. 위키피디아 제공
mRNA 개발에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로버트 멀론. 그는 누구인가.  네이처 제공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방송에서, 로버트 멀론은 특별한 손님이다. 자연치유사나 안마사를 초청하던 그 방송에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의 발명자라는 타이틀만큼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쇼를 시청하는 관객들에게, 백신의 신의 선물이 아니라 재앙으로 여겨진다. 멀론은 자신의 천재성 없이는 mRNA 백신 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허세를 부리고, 그 허세는 방송을 청취하는 이들에게서 백신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멀론이 꿈꾸던 승리가 이런 것이라면, 이것도 일종의 승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 우리는 모두 후회하게 될 것이다. ” -애틀란틱 ‘백신 음모론을 퍼뜨리는 백신과학자에 대하여’ 중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를 만난 mRNA 백신의 선구자

 

스티브 배넌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의 수석 전략가 겸 수석 고문으로 내정된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골드만삭스에서 은행가로 근무한 경력과 극우 온라인 매체인 ‘브레이트바트’를 운영한 경험으로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대표가 됐다. 그의 매체는 서구적 가치를 옹호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백인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다문화주의를 반대하고, 페미니즘을 암덩어리라 부르며 여성혐오를 대놓고 부추기는 소위 대안우익운동의 주축이다.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파시스트에 가까운 그는 트럼프의 대선 패배 이후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 ‘워룸’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극우적 발언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참수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으며, 결국 트위터 계정까지 영구정지된다. 이런 배넌의 채널에 최근 로버트 멀론이라는 의사이자 과학자가 등장했다. 그는 자신을 ‘mRNA 백신을 발명한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현재 접종 중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배넌은 “멀론은 mRNA 백신을 발명한 사람이며, 백신반대론자가 아니다”라고 광고하며, 멀론의 백신음모론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 과학자 로버트 멀론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전 글 '영웅 없는 혁명' mRNA 백신의 길고 지루한 역사'에서 소개했듯이 멀론은 mRNA와 지질을 섞어 인간세포에 mRNA를 집어넣는데 성공했던 과학자다. 폴 크리그와 더글라스 멜튼이 주도하는 하버드대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mRNA를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하자, 멀론은 그 기술을 이용해 합성한 mRNA를 특별한 지질분자와 섞어 동물세포에 주입해볼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지질은 약하게 양극 전위를 띠고 있어서, 음극 전위를 띠고 있는 mRNA와 쉽게 붙을 수 있었는데, 필립 펠그너라는 어바인대의 생화학자에 의해 개발된 물질이었다.

 

성공적인 실험에도 불구하고 멀론은 박사학위를 취득하는데 실패한다. 그는 자신의 지도교수이던 솔크연구소의 인더 버마 교수를 떠나 펠그너가 만든 회사 바이칼에 연구원으로 취직한다. 그리고 여기서 멀론은 펠그너와 함께 공동저자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 한 편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 논문이 바로 mRNA를 생쥐의 근육에 주입해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보고였다. 박사학위에 실패한 연구원 멀론은 이 논문의 제2저자로 등재되어 있고, 교신저자는 펠그너 교수다. 문제는 바로 이 논문이 출판되자마자 터져나왔다.

 

로버트 말론이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는 근거가 된 사이언스지의 논문. mRNA와 특별한 지질을 섞어 생쥐에 주입해 단백질 발현에 성공했다. 말론은 제2저자로 등재되어 있다.
로버트 멀론이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는 근거가 된 사이언스지의 논문. mRNA와 특별한 지질을 섞어 생쥐에 주입해 단백질 발현에 성공했다. 멀론은 제2저자로 등재되어 있다. 사이언스 제공

 

특허와 과학적 발견, 욕망과 공익의 사이에서

 

동물에 특별한 지질과 mRNA를 섞어 주입하면 원하는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곧 솔크연구소와 바이칼사 사이의 특허분쟁으로 번졌다. 문제는 이 소송에서 솔크연구소가 특허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솔크연구소에서 멀론의 지도교수였던 버마 교수가 바이칼사에 영입되면서 생긴 일이다. 버마 교수 밑에서 mRNA를 주입하는 연구를 수행했던 멀론은 솔크 연구소의 특허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솔크연구소가 특허를 포기하면서 그가 바이칼사에서 갖게 되는 지분은 형편 없이 낮아진다. 멀론의 불만이 폭발한 이유다.

 

멀론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이칼사가 빼았아갔다고 주장한 반면 바이칼사와 버마 교수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아마 그 중간 어디쯤 진실이 놓여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 mRNA 백신이 등장하기까지 수십년이 남아 있는 그 과거에, 인류를 구할 수도 있는 이 기술을 두고 과학자들 간에 벌어진 욕망 투성이의 특허 전쟁이다. 배넌의 쇼에 등장해 mRNA 백신음모론을 펼치는 멀론의 억울함에 이해할 만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게다가 그의 지도교수인 버마 교수는 2018년 여성 연구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회사와 학교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하지만 멀론은 mRNA 백신음모론에 중독된 사이비 과학자로 타락했다. 어쩌면 mRNA 백신 연구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었던 한 과학도를 타락시킨건, 특허 분쟁이었다.

 

의생명과학은 이미 1980년대부터 특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진입했다. 그 출발은 1982년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제넨텍의 인슐린 유전자 특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대학들은 특허가 뭔지도 잘 모르던 의생명과학 연구자들에게 지식재산권 확보를 강조하며 대학의 자본증가에 여념이 없었다. 버마와 멀론이 연구하던 1980년대와 1990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허는 분명 의생명과학분야의 민간투자를 늘리고, 신약개발과 질병치료를 위한 생명공학회사를 증가시키는데 필수적인 장치다. 특허가 없다면, 그 어떤 회사도 질병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되는 여러 의생명과학의 발견이 점점 더 특허와 깊은 관련을 맺게 되면서, 과연 과학의 발견이 인류전체가 아니라 특정한 개인과 기업에 귀속되는 것이 옳바른 일인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노벨상을 수상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은 몇몇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과학자 사이의 엄청난 특허분쟁에 휩쌓여 있다. 그리고 mRNA 백신 또한 특허분쟁에 휘말려 있고, 앞으로 분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멀론이 잠시 몸담았던 솔크연구소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 기술의 특허를 기업에 팔지 않고 인류에 기증한 조너스 솔크의 이름을 기려 설립된 곳이다. 바로 그곳에서 인더 버마는 여성을 성추행했고, 멀론과 함께 개발한 기술의 특허를 독식하기 위해 경쟁사로 이적했다. 그의 제자 멀론은 버마에게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고, 자신의 지분을 주장하다 결국 실패하자 음모론자가 됐다. 돈이 사람을 망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의생명과학자들에게, 이런 현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려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한 연구자가 솔크가 될 지, 버마나 멀론이 될 지가 그 교육에 달려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mRNA 백신 개발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을지 모를 과학자 로버트 말론은, 언젠가부터 백신 음모론자로 돌변해버렸다. 특허분쟁이 그를 타락시켰다. 아틀란틱 관련 기사 화면 캡쳐
어쩌면 mRNA 백신 개발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을지 모를 과학자 로버트 멀론은, 언젠가부터 백신 음모론자로 돌변해버렸다. 특허분쟁이 그를 타락시켰다. 아틀란틱 관련 기사 화면 캡쳐

※참고자료 

https://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21/08/robert-malone-vaccine-inventor-vaccine-skeptic/619734/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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