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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학 안내자가 생각하는 수학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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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학 안내자가 생각하는 수학의 쓸모

2021.09.25 06:00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유니브스타 유투브채널 캡쳐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수학자라고 합니다. 수학을 교육학적 측면에서 연구하는 사람은 수학교육학자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모두 하는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학문적으로 수학과 수학교육학을 동시에 연구하는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스스로를 ‘안내자’라고 정의합니다. 

 

최 교수는 수학자로서 다양한 개념의 실체와 그 속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찾아내 수학으로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동그랗다’라는 단어를 들으면 바로 원과 구를 떠올립니다. 이를 두고 수학자들은 ‘동그랗다’의 실체가 어딘가에 있고, 이 개념을 수학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원과 구로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개념의 실체를 수학으로 나타내고, 새로운 원리를 찾아내 알리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학생과 일반인에게 어떻게 하면 개념을 쉽고 체계적으로 전달할지에 대한 교육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두 분야를 모두 다루는 최 교수가 생각하는 ‘수학’과 ‘수학교육학’은 무엇일까요? 최 교수를 만나 물어봤습니다. 

 

○ 수학은 왜 배울까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Q. 수학과 수학교육학, 이를 모두 연구하는 학자는 드문 것 같습니다.

 

A. 수학에 관심이 있으면서 수학교육학을 연구하는 학자나, 수학교육학에 관심이 있는 수학자는 많지만 두 분야를 동시에 연구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저는 수학과 수학교육학 연구의 비율을 1:1로 유지하며 연구하고 있죠. 수학 분야 중에서는 위상기하학을 전공했습니다. 잘 알려진 예로 위상기하학의 세계에서는 손잡이가 하나 있는 컵과 도넛은 구멍의 개수가 1개이기 때문에 서로 같은 도형이라고 하죠. 이렇듯 구멍의 개수처럼 도형이 연속적으로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수학교육학 분야에서는 전공인 기하학을 살려 기하와 관련된 교육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특히 영재교육에 관심이 많아 서울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장을 맡으며 영재교육 전반에 관해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Q. 왜 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A. “수학을 왜 배울까”라고 학생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두 가지 답 중 하나를 얘기해요. ‘입시에 도움이 되니까’ 아니면 ‘실생활에서 사용하니까’죠. 하지만 저는 이 두 가지 쓸모 이외에 또 다른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피타고라스와 그 학파들이 수학을 깊게 연구했죠. 이들이 한 연구 결과는 200년 뒤인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에게 영향을 줬습니다. 당시 말로만 전해져 내려왔던 피타고라스 학파의 연구 내용을 모두 모아 정리한 게 에우클레이데스의 ‘원론’으로 13권이나 되죠. 이 책을 지금의 책으로 만든다면 약 900페이지에 이를 만큼 방대한 양이에요. 하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13권의 내용 모두가 전해질 정도로 당시 수학은 매우 대단해요. 하나도 변치 않고 그대로 전수됐으니까요. 이 가치를 알고 느끼는 것이 수학을 배우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고대 그리스에서는 순수한 흥미로 수학을 연구했다. 수학동아DB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고대 그리스에서는 순수한 흥미로 수학을 연구했다. 수학동아DB

 

○ 지금 우리가 배우는 수학의 가치

 

최 교수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수학을 입시나 실생활에서 쓰는 경우, 이를 수학의 ‘특수한 쓸모’라 정의했습니다. 특수한 쓸모는 입시에서 합격하거나 상을 받기 위해, 사회생활 또는 일상에서 수학이 명확히 필요할 때의 쓸모를 뜻하죠. 하지만 더 이상 입시를 치르지 않거나 당장 실생활에 수학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수학이 쓸모없어집니다. 그래서 최 교수는 수학교육이 수학의 ‘보편적인 쓸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대다수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수학교육 역시 많은 사람이 수학의 쓸모를 느끼도록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라미드를 지은 이집트인들은 수학의 특수한 쓸모, 즉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수학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수학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수학 이론 그 자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학의 보편적인 쓸모에 집중한 겁니다. 최 교수는 “보편적인 쓸모에 집중하면 입시 중심의 수학교육이 바뀌고, 학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수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선행학습은 수학교육을 망가뜨린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선행학습으로 흘러갔습니다. 최 교수는 “대회에서 상을 받은 학생들이 뛰어나지만, 상당수가 수상을 위한 선행 학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특수한 쓸모로 수학을 공부한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 등에 진학하거나, 수학자체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선행 학습 중심의 수학교육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선행학습은 학생의 역량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순간, 최 교수는 “수학교육은 나선형 교육”이라 말했습니다. 즉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듯 학생들의 생물학적 나이에 맞춰 단계별로 오르도록 교육과정이 계획돼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때는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배우게 됩니다. 이처럼 나이에 맞게 계획된 교육과정을 차례로 밟아야 수학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다고 할 수 있죠. 만약 무턱대고 선행학습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문제를 반복해서 푼다면 머릿속에 개념이 쌓이지 않게 될 겁니다. 결국 수학교육의 나선형 계단을 차례로 밟지 못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워지고, 자연스레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최 교수는 “자신이 수학 개념을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 역시 결국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이해한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그 지점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제대로 알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이어 “한국의 수학교육이 빠른 진행에만 치중해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다시 시작할 시스템이 준비돼 있지 않다”며 “이 상황에서는 수학을 포기하거나 꺼리는 사람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최 교수가 생각하는 미래의 수학교육

실제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 2,3위를 다툴 만큼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는 맨 뒤에서 2위, 자신감 역시 하위권에 있습니다. 즉 수학의 보편적인 쓸모인 ‘수학의 즐거움과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 교수는 “단순히 외울 수 있는 수학 지식은 이제 검색만 해도 찾을 수 있다”며 “수학 자체에 대한 흥미와 안목이 수학 능력에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수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수학교육을 해야 학생들이 수학을 바라보는 안목을 기르고 수학 실력이 높아지며, 다른 분야에도 그 지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교수는 수학의 쓸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책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를 쓰고,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유니브스타
최 교수는 수학의 쓸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책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를 쓰고,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유니브스타

 

※관련기사 9월 수학동아 

[수학 고민 상담소 수담수담] 수학 안내자가 생각하는 수학의 쓸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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