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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온실을 지었다...지구서 조종하는 우주인용 식물 재배 시스템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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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온실을 지었다...지구서 조종하는 우주인용 식물 재배 시스템 '성큼'

2021.07.16 07:00
독일 항공우주센터(DLR)가 남극 엑스트롬 빙붕에 설치한 ′남극 온실′ 컨테이너. DLR 제공.
독일 항공우주센터(DLR)가 남극 엑스트롬 빙붕에 설치한 '남극 온실' 컨테이너. DLR 제공.

2017년 10월 남극의 엑스트롬 빙붕에 설치된 독일 노이마이어 과학기지에 컨테이너 2개가 도착했다. 컨테이너에는 오이나 상추, 토마토, 무 등 일상에서 섭취하는 채소를 재배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이 재배시스템에는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한 흙은 없다. 광합성에 필요한 태양빛도 철저히 차단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연구진이 ‘남극 온실’로 부르는 이 컨테이너에서는 첫해에만 약 272kg의 채소가 수확됐다. 


DLR이 남극 온실을 보낸 이유는 유인 우주 탐사에 나서는 우주비행사가 먹을 채소를 우주와 유사한 극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서다. 달에 우주인을 보낸 뒤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한 ‘아르테미스’를 추진중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DLR의 남극 온실에서 재배된 채소 품종의 영양분과 생육 상태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연구원을 파견했다. 올해 4년째를 맞는 ‘남극 온실’ 프로젝트는 가까운 미래 인류의 유인 우주탐사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진행중이다. 우주인의 별도 작업이 필요없는, 지구에서 원격으로 운용 가능한 기술 개발이 최종 목표다.


● 지구에서 제어하는 우주인 식량 공장...기술 한계 끝까지 간다

 

2015년 개봉한 SF영화 ‘마션’에서는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부족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남기 위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직접 온실을 만들어 화성 흙에 감자를 재배하는 설정이지만 현실에서 구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달이나 화성에 장기간 체류할 우주인은 거주공간을 관리하고 탐사에 필요한 과학실험에 집중해야 한다. 채소를 재배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장기 체류 우주인들이 대부분 냉동 포장된 음식을 먹는 이유다.


DLR의 남극 온실에서 재배되는 식물의 뿌리는 공중에 매달려 있다. 자동으로 원격 조절되는 노즐이 수초마다 영양분이 포함된 양액을 분무 방식으로 뿌린다. 광합성에 필요한 광원은 자동으로 프로그래밍된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다. 양액은 수개월에 한번씩 폐기하고 교체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재활용된다. 전체 시스템은 독일 현지 DLR 연구소와 연결된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연구진은 무인 자율 온실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로봇 팔을 개발중이다. 이 로봇팔은 썩은 잎을 잘라내거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DLR 제공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연구진은 무인 자율 온실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로봇 팔을 개발중이다. 이 로봇팔은 썩은 잎을 잘라내거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DLR 제공

DLR 연구진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대 우주식물연구소, NASA의 연구진과 함께 무인 자율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남극 온실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남극 온실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스트레스 환경에 따라 식물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동으로 인식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남극 온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다니엘 슈베르트 DLR 연구원은 “물이 부족한 식물은 흡수하고 반사하는 빛의 색상이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정도로 미묘하게 바뀐다”며 “현재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물 부족 스트레를 겪는 식물을 1시간만에 발견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사람의 손이 가지 않는 무인 자율 시스템 구축을 위한 로봇 팔도 개발중이다. AI로 구동되는 로봇 팔은 다양한 각도에서 식물을 촬영하고 죽은 잎과 싹을 잘라내며 수확까지 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슈베르트 연구원은 “우주인에게는 온실을 관리할 만한 시간이 없어 AI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달이나 화성에 무인 자율 온실 시스템을 보내 지구에 있는 엔지니어가 운영할 수 있도록 기술의 한계까지 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우주인이 달이나 화성에 도착하기 전 먼저 우주택배 방식으로 온실을 보낸다는 청사진이다. 슈베르트 DLR 연구원은 “일론 머스크에게 우리가 설계한 남극 온실 활용이 가능한지 일론 머스크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 흙·태양광 없는 우주 식물 재배...진격의 ‘스타트업’

 

NASA는 1980년대부터 지구 환경이 아닌 극한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태양광을 대체하는 특정 조합의 LED 광원 기술이나 밀이나 감자, 대두의 뿌리를 양액에 담궈 재배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같은 우주 탐사를 위한 기술 청사진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도 창출하고 있다. 


미국 뉴욕 소재 신생기업인 ‘보어리 파밍’은 지난 6월 업계 최대 규모인 3억달러(약 34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이 회사의 가치는 23억달러(약 2조6400억원)에 달한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동생 킴벌 머스크도 2015년 ‘스퀘어 루츠’를 창업했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소재 에어로팜즈(AeroFarms)는 지난 4월 버지니아주에서 13만6000㎡ 규모의 실내 농장 구축에 착수했다. 2022년 문을 여는 이 농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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